◀앵커▶
경북 포항의 한 건설 업체에서 일하던 40대 여성이 현장 관리자로부터 상습적인 괴롭힘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에 취업을 했다가 오히려 한 주부의 삶이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보도에 박성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4월, 하청 건설 업체 소속으로 포항제철소에서 일을 시작한 48살 김 모 씨.
입사 일주일이 채 안 됐을 무렵부터 김 씨는 일하는 것이 괴롭다고 딸에게 털어놨습니다.
현장 관리자 2명이 화재 감시원인 김 씨의 업무가 아닌데도 무거운 쇠 파이프를 100개씩 옮기라고 지시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겁니다.
◀인터뷰▶故 김 모 씨 딸
"엄마가 손목까지 나갔거든요. 손목 아프다고 엄마가 말 한 번 하니까 그 다음에 더 가혹한 걸, 더 무거운 걸 시키고, 더 힘든 걸 시키는 거예요."
현장 노동자 10여 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김 씨에게 가해자들은 성희롱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故 김 모 씨 딸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수치스럽다', '너무 치욕스럽다', '엄마가 견디기 힘들다' 그러시더라고요."
김 씨는 노동조합에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노조가 회사에 문제를 제기를 하자 사측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없었고 김 씨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양정인/ 플랜트 건설 노조 포항지부 여성분회장
"(가해자들이) 당사자 본인 앞에서 '내가 언제 그랬냐'고 게 거품을 문 거예요. 그게 마지막 2차 가해 예요, 2차 가해."
그 날 오후, 김 씨는 너무 괴롭고 치욕스러워서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생을 마감했습니다.
노조는 김 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인터뷰▶서효종/ 플랜트 건설 노조 포항지부 노동안전국장
"회사 관리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이 사건을 산업 재해 사망 사고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정식 직원이 아니고,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박성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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