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안동의 한 여중생이 선배 중학생에게 조건만남 성매매를 강요당해 오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피해 여중생이 경찰에 신고한 건 4월이지만, 그 전에 학기 초인 3월부터, 그리고 신고 후에도 두 달가량 '조건만남'을 강요한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있습니다.
피해 학생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보호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안동의 한 중학교 2학년 A양은 지난 3월 가출 뒤 함께 지내던 같은 학교 3학년 선배 언니에게 일주일가량 성매매를 강요당했습니다.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요와 협박이 이어지자, A양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신고 이후에도 선배 언니가 찾아왔고 신체적 폭행도 가해졌습니다.
◀인터뷰▶A양 아버지(음성변조)
"(연락받고 폭행) 현장 가니까 그 현장에서 (딸이) 꿇어앉아 있고, 따귀 맞고."
폭행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야 경찰은 선배 언니를 소년원에 위탁해, A양과 분리했습니다.
경찰 신고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유가족은 A양이 학기 초부터 이 선배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A양 친언니(음성변조)
"(B가)계속 괴롭힌다고, (B에게) 뭐라고 해달라고 하고..."
A양의 친언니는 학교에 찾아가 동생을 보호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A양 친언니(음성변조)
"(A가)저랑 같이 가서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선생님들이 B(선배 언니)한테 물어보고 하겠다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으니까..."
학교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인터뷰▶A·B 재학 중학교 관계자(음성변조)
"(경찰 신고 후)학생의 심리안정과 회복을 위한 긴급보호조치와 함께 외부 기관에 의뢰해 필요한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찰도 A양과, 성매매를 강요했던 선배 모두 결석이 잦고 연락도 어려워 보호 조치가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임창대 여성청소년과장/안동경찰서
"신변보호는 피해자에게 저희들이 안내를 했으나 그 당시 명시적으로 거부해 스마트워치 지급 등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할 수 없었습니다."
A양이 교통사고로 숨지기 전까지 경찰과 학교의 조치는 미흡했습니다.
A양 가족은 학교폭력과 조건만남 강요까지 피해자인 딸이 그동안 어디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분노합니다.
◀인터뷰▶A양 아버지(음성변조)
"계속 지금 시달린 겁니다. 집에 있는 것도 무서워했고, 집에 있으면 (B가 찾아와서) 불안하니까..."
인권단체는 수사기관과 교육기관이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를 '피해자'로서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조진경 대표/십대여성인권센터
"문제아로 보고 자발적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문제를 돌렸던 그런 방식으로, 그렇게 아이들을 피해자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15살 여중생이 학교 폭력과 성착취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지만, A양을 보호해 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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