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석 연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요즘, 모두들 추석을 준비하느라 마음이 분주하지만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태풍이 휩쓴 포항시 죽장면 얘기입니다.
수재민들은 추석 차례는 고사하고, 귀성객을 돌려 보내야 할 형편입니다.
배현정 기자가 수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배현정 기자▶
지난달 24일 성난 황톳물이 할퀴고 간 포항시 죽장면의 오일장을 찾았습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기만 합니다.
◀인터뷰▶서정희/포항시 죽장면
"장 봐가지고 차례상 지내는 것도 마음이 심란하고 편치가 않아요."
팔기 위해 내놓은 물건 가지수가 빈약해 상인은 침울하기만 합니다.
◀인터뷰▶손태익/오일장 상인
"우리 가게 2개가 물이 다 들어가서 물건이 다 젖어 버렸어요. (장사를) 안 할 수가 없어서 나오기는 하는데 너무 힘들어"
가정집은 사정이 더 열악합니다. 벽과 장판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고 습기로 인해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이 방에 세를 두고 지낸 학생은 터전을 모조리 잃었습니다.
◀인터뷰▶김순자/포항시 죽장면
"학생이 여기 살고 있다가 피해로 지금 못 오고 있는데, 빨리 와야돼요. 멀리서 청송서 오기 때문에"
또 다른 주민은 텐트에 의지해 새우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배영숙/포항시 죽장면
"잘 데가 없으니까 텐트를 치고, 그렇게 한 일주일 넘게 잤어요. 말도 못 하죠. 밥도 얻어먹고 굶다시피 하고 이랬는데"
돗자리에 잠을 청할만큼 집과 농가가 송두리째 부서진 할아버지 사정은 더 딱합니다.
(배현정)사과 나무가 있던 이곳 앞마당은 모두 흙과 자갈들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나무 판자로 덧댄 이 간이 화장실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완파 가구에는 1,600만원, 반파 800만원, 침수 가구에 2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지만, 예전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준비에 자식이며, 손님 맞을 준비는 엄두도 못 낸다는 죽장면 주민들.
피해 복구가 빨리 돼 집에서 다리 뻣고 잠이라도 잘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MBC뉴스 배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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