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포항 장성동 재개발 사업이 기존 시공사를 해제하는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약 없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미 이주가 일부 진행되면서 마을이 슬럼화되고 있어 남아 있는 주민들의 고통은 더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장미쁨 기자가 보도합니다.
◀장미쁨 기자▶
30년 전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아온 84살 우천식 씨는 백여만원의 월세 수입과 연금으로 생활해 왔습니다.
그런데 세입자들이 모두 집을 비우면서 월세 수입이 뚝 끊겨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우천식/포항시 장성동 주민
"전기장판을 틀어서 잘때만 약간 해 놓았다가.. 돈이 나올 데가 없으니까 절약을 할 수밖에 없지요"
다른 노인 가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노후 주택을 보수도 하지 못한 채 홀로 살면서 현금 보상만 기다리고 있는데, 보상 액수가 턱없이 작은데다 지급마저 미뤄지다보니 걱정이 큽니다.
◀인터뷰▶김옥선/포항시 장성동 주민
"수돗물도 약하게 해 놓고 쓴다고. 수도계량기도 또 어디 터질까 싶어서. 한 번 터지면 100만원이여서"
활기가 돌았던 동네도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마을에 빈집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였습니다.
수십년 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이 재개발로 인해 오히려 슬럼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민들은 착잡한 심정입니다.
◀인터뷰▶정영희/포항시 장성동 주민
"8월달 이후(에는) 항상 대문부터 잠갔는지 안 잠갔는지 그걸 확인하고 그 다음에 불안 하니까 CCTV라도 달자, 남편하고 그런 얘기까지 하고 있어요."
지난 27일 열린 2차 보상협의회에서 주민들은 과거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를 적용한 실질적인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또 지금이라도 원주민을 대상으로 재분양을 실시해 수십년을 살아온 주민들이 내쫓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정원▶/포항시 장성동 주민
"보상을 안 해준 지금까지 2년 동안 2~3배가 껑충 뛰어 버린 거에요. 그래서 그 때의 가격으로 우리가 이사한다는 것은 될 수가 없기 때문에 현실가에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시공사 해제로 신속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태라며, 사업이 표류할 경우 보상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용희▶/장성동재개발조합 대표
"시공사가 없음으로 해서 모든 자금이 동결됩니다. 여러분들하고 저도 빨리 절차를 진행해서 협상도 하고 해야 하는데"
재개발 사업이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폐허로 변한 동네에서 또다시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장미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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