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1년 포항의 한 건설업체에서 일하던 40대 여성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유서를 남긴 채 숨진 일이 있었는데요.
1년여 만에 이 사건이 괴롭힘과 성희롱성 발언으로 인한 산업재해로 인정됐습니다.
여성 건설노동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21년 6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 업체 소속 화재감시원으로 일하던 48살 김 모 씨가 숨졌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당일이었습니다.
현장 관리자 2명은 화재감시원인 김 씨에게 무거운 쇠 파이프 100개를 옮기라고 하고 폭언과 성희롱성 발언까지 일삼았습니다.
결국 김 씨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해 너무 괴롭고 치욕스러워 살고 싶지 않다'는 글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 씨의 죽음이 최근 산업재해로 인정됐습니다.
"담당업무 외 부당한 업무를 지시받고 인격 모독적 언행과 성희롱 등으로 고통을 받아 온 사실이 확인된다"며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겁니다.
◀손익찬 산재·노동 전문 변호사▶
"모욕적인 언사와 성희롱적인 발언들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공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남성이 많은 건설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괴롭힘과 성희롱에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여성 건설노동자 가운데 근무 중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 4명 중 1명꼴입니다.
가해 남성들은 상급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피해자의 70%가 그냥 혼자 참고 넘겼습니다.
◀김정순 전국플랜트 건설노조 포항지부 여성분회장▶
"일자리 창출이 아무래도 (남성) 관리자나 이런 데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대항하거나 싫다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죠."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건설 현장의 성희롱과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서야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성희롱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게 전부입니다.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설업은 대표적으로 남성들이 집중된 직종으로 남성 문화가 강한 편입니다. (여성들이) 성차별을 겪지 않도록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건설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늘어 2021년 10%를 넘었습니다.
MBC 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노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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