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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포항 사회

'폭우 탓' 산림청 보고서···"임도·벌목 영향 축소"

이도은 기자 입력 2023-09-26 07:30:00 조회수 88

◀앵커▶
지난 7월 폭우로 경북에서 27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지 어느덧 두 달이 흘렀습니다.

산림청이 산사태 원인을 분석한 1차 보고서를 최근 냈는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천재', 즉 사람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자연 재난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산사태 현장을 찾은 산림 전문가들은 산림청의 결론이 너무 섣부르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산사태로 70대 노부부 2명이 숨진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부부가 살던 집이 통째로 사라진 자리에서 산사태가 시작된 방향으로 임도가 보입니다. 

◀최남철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임도) 위에는 멀쩡한데, 임도 밑에서부터 시작돼 내려왔거든요. 그 양이 엄청나게…큰 골짜기가 통째로 내려와 버렸어···"

산림청이 작성한 산사태 원인조사 보고서입니다.

강우가 이번 산사태의 가장 주요한 요인이고, 급경사지와 불량한 나무 생육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뿐일까. 

마을 주민들이 가리킨 임도로 올라가 봤습니다.

"임도 시작점을 알리는 비석입니다. 바로 옆에는 이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됐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산사태가 난 임도로 들어와 보니, 임도를 위해 인위적으로 쌓은 성토가 모두 휩쓸려 내려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평리의 경우 임도 3곳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계곡부 한 곳에서 만나며 마을을 덮친 것이 확인됐는데, 임도를 위해 만든 물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
"여기에서 위에서 내려온 물을 집중시키고요. 임도를 따라 물을 집중시켜서 모아서 한꺼번에 내리게… (임도 아래가) 물이 모이는 지점이죠. 물이 모여서 나가다 보니까 당연히 계곡으로 물이 집중되고 그 힘이 굉장히 강력해지는 거죠."

하지만 산림청 용역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치산기술협회는 시멘트로 닦은 임도가 멀쩡한 만큼 산사태는 임도가 산사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치산기술협회 관계자▶
"임도가 문제였다고 하면 노체도 같이 날아가야 하고요. 임도 면이 같이 붕괴되거나···"

2명이 숨진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 산사태도 산림청 보고서에 담기지 않은 내용이 현장에서 확인됐습니다. 

보고서에선 집중 호우가 주요인으로 작용해 사면 붕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직접 산사태 시작점을 확인해 봤더니, 토사가 무너지기 시작한 주변 곳곳에 벌목한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 지역은 지난해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최소 2번 진행돼, 약 7ha의 산림이 벌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
"비가 오면 키가 큰 나무의 잎에서 힘을 줄여주고 비도 막아주고, 중간 키 나무에서도··· 그게 전부 다 사라진 상태인 거죠. 그래서 하늘이 전체적으로 땅하고 바로 연결돼서 비가 오면 빗물이 땅에 바로 직격으로 떨어집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두 지역 모두 산림청이 시행한 임도 사업과 벌목 사업이 산사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산림청 보고서는 산사태 원인을 '기록적인 폭우' 탓으로만 돌렸습니다. 

산사태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과관계 분석이 선행되어야,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도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지만, 산림청 보고서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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