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백만 년 동안 외형의 변화를 겪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입니다.
그런데 산양 밀집 지역인 경북 울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멧돼지 차단용 철제 울타리가 수 십km나 설치돼 있습니다.
이 울타리로 인해 오히려 산양이 갇혀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김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야윈 산양이 철제 울타리에 막혀 마른 나뭇잎만 뜯어 먹습니다.
또 다른 카메라에 잡힌 산양도 우두커니 서 있다 산으로 되돌아갑니다.
울타리 밖 도로만 건너면 불영계곡, 물을 마시러 내려온 걸로 짐작됩니다.
울타리 총길이는 25km, 환경부가 지난 2021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하는 멧돼지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울타리에 갇혀 죽은 산양도 목격됐습니다.
◀남광수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주민▶
"(산양이) 못 올라가고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삼근2리 (도로) 내리는데요. 그런데 결국은 그 뒤에 며칠 지나서, 작년에 폭설이 왔는데, 그 산양이 죽었더라고, 조그마한 산양이. (울타리가) 좋은 점도 있지만 폐단도 있더라고요."
ASF는 휴전선을 뚫고 강원도를 지나 울진 남쪽 영덕에서도 발생해 울타리의 한계는 확인됐습니다.
◀서해 녹색연합 활동가▶
"지금 여기 보시는 울타리는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는 5차 방역 울타리인데요. 사실 이 아래 영덕까지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울타리는 지금은 효용성을 잃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북 울진을 동서로 관통하는 국도 2개 노선 또한 이미 좁혀진 산양 서식지를 이중으로 단절시켰습니다.
◀이다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36번 구 국도, 신 국도에 의해서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ASF 펜스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서식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ASF 펜스를 철거하는 것이···"
산양에게는 먹이가 부족한 3~4월이 보릿고개.
지난 2022년 역대 최장 울진 산불과 2024년 폭설은 산양에게 재앙이었습니다.
녹색연합이 자체 조사한 결과 2024년 울진, 삼척에서 74개체가 폐사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울진, 삼척에 300~400개체로 추정되는 산양의 20%에 이릅니다.
막으라는 멧돼지는 막지 못하고 애꿎은 산양만 철제 울타리에 갇혀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기영입니다. (영상취재 최현우, 영상편집 노영석, 화면 제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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