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선시대 400여 년간 논쟁을 거듭했던 이른바 '병호시비'의 배경이 된 경북 안동 호계서원이 지금도 또 다른 형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보다 못한 안동시가 올해부터 호계서원을 인문 교육의 장,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사당의 위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씨는 여전합니다.
이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퇴계 선생을 중심인물로 배향하고, 그 아래 제자인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중 누구의 위패를 상석에 배치하느냐를 두고, 조선시대 400여 년을 다툰 '병호시비'의 중심 안동 호계서원.
지난 2019년 65억 원의 세금을 들여 한국국학진흥원 부지로 옮겨 복설했지만, 입지와 위패 문제로 또 다른 갈등이 일면서 이후 5년 동안 줄곧 방치돼 왔습니다.
◀호계서원 관리인▶
"6년 동안 여기가 방치가 돼 있었어요. 방안에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였고, 공사 끝나고 남은 거(쓰레기), 제(사) 지내고 모아놓은 거(쓰레기) 전부 몇 차 실어냈어요."
폐허나 다름없던 호계서원이 이제는 말끔하게 정리됐고, 숙박 공간에는 냉난방 시설도 설치 중입니다.
소유자인 안동시가 호계서원 관리를 국학진흥원에 위탁하고, 다양하게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김화숙 안동시 문화유산과장▶
"시설 관리도 좀 더 효율적으로 될 거 같고,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학진흥원은 활용 계획을 세우고, 이르면 올봄부터 서원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이병훈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유생 체험 활동을 가족 단위, 다문화가정, 외국인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문사철 모임을 위한 학술·토론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합니다.
퇴계 종손이 더 이상의 논란을 끝내자는 바람에서 주벽인 퇴계 선생의 위패를 사당에서 내렸지만, 다른 세 문중은 아직 위패를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김종길 학봉 종손▶
"우리 문중이 앞장서서 '위패를 다시 우리만 모시고 나간다' 아니면 '퇴계 선생 위패를 다시 모셔야 한다' 이런 얘기를 낼 입장이 아니죠."
호계서원을 둘러싼 유림 간의 오랜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합니다.
호계서원이 세금으로 건립된 공공시설인 만큼 유림의 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많은 시민이 바라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정희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그래픽 도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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