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경북 산불로 산사태 취약지역도 불에 탄 곳이 많습니다.
불길이 지나간 산은 지표면이 굳어져 물을 머금을 수 없고, 나무뿌리의 힘도 약해지면서 산사태에 더욱 취약해지는데요.
산불 피해가 큰 마을에 산사태까지 덮치는 건 아닌지,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화마가 할퀴고 간 산골 마을.
지붕과 외벽이 폭삭 주저앉았고 집들은 새까맣게 그을려 폐가로 변했습니다.
이 마을은 의성 코앞, 해발 500여 미터 갈라산 자락 깊숙이 자리해 평소에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던 곳입니다.
불이 지나간 산은 어떻게 됐을까.
불의 길목을 따라 산 정상까지 나무가 모두 불에 타 민둥산으로 변했습니다.
산 아래쪽, 마을 뒷산은 불의 열기로 건조해진 흙이 내려오면서 깎아지른 듯 가팔라졌습니다.
직각에 가까운 경사로 인해 한 발 내딛기도 어렵습니다.
새카맣게 탄 나무들은 벼랑 끝에서 위태롭게 뿌리를 드러내고 있고, 이렇게 토사 유출이 시작된 곳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합니다.
◀임혁수 안동시 남선면 원림리▶
"저거 문제가 된다고 하니깐요. (불에 탄) 빠알간 산에 비가 많이 콱 들어 쏴버리면 흙이 막 내려와서 동네 또 덮을 거고. 아이고 그만 생각이 하기도 싫어요···"
실제 전문가들은 불이 지나간 산의 지표면이 열에 의해 딱딱하게 굳어 점토화되면서, 산사태에 더욱 취약해진다고 말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공개한 산불 피해지역의 산사태 위험은 일반 산림에 비해 최대 200배나 높았습니다.
◀김성용 국립경국대 산림과학과 교수▶
"토양 내에 빈 공간, 물이 흡수되는 공간들이다 닫혀 버립니다. 그렇다 보니까 비가 내리는 대로 다 흙과 함께 산 아래로 다 쓸려가는 거죠"
땅의 물구멍이 막히는 단기적 부작용보다 더 큰 문제는 장력, 나무뿌리의 힘이 사라지는 것, 대형 산사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김성용 국립경국대 산림과학과 교수▶
"시간이 경과될수록 얘네들이 죽고 썩게 되니까 물을 잡아끄는 장력이 사라져 버리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물이 빨리 쓸려 내려오는 거죠"
안동 지역에만 이번 산불로 산사태 취약지역 408곳 가운데 200여 곳이 불에 타 긴급 점검에 들어갔고, 산림청도 산사태 피해 위험도를 진단하고, 응급 복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김병휘 안동시 산림과장▶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고 세부적으로는 추후에 전문 기술 인력으로 구성된 치산 기술협회나 산림청, 이런 분들과 합동으로···"
산불로 인한 공포가 채 수그러들기도 전에 주민들은 산사태라는 또 다른 위협 앞에 작아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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