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대형 산불이 덮친 경북 북부 지역은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이기도 한데요.
현재까지 파악된 사과밭 피해만 1천5백 헥타르가 넘고, 사과 저장시설과 유통망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과값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맘때면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새하얀 사과꽃이 피어야 할 과수원.
하지만 나무는 까맣게 그을리고 불타버렸습니다.
겉이 멀쩡해 보이는 사과나무도 가지를 꺾어보면 바싹 메말라 수분이 없고, 움틀 준비를 하던 꽃눈은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채 누렇게 시들었습니다.
10년간 자식처럼 정성껏 키워 온 사과나무 3천여 그루는 하루아침에 불길에 전소됐습니다.
◀신수균 안동시 임동면 사과 농가▶
"여기서 꽃 피고 관리만 하면 수입이 되는 그런 조건까지 왔는데, 뭐 하루아침에 싹 무너졌죠, 모든 것이. 살아남은 나무가 한 나무도 없습니다."
불탄 나무를 일일이 베어내고, 다시 심더라도 사과가 달리기까지는 최소 3년에서 5년은 더 필요합니다.
◀우옥순 청송군 파천면 사과 농가▶
"보시다시피 꽃눈이 다 새카매졌잖아요. 화상을 입었잖아요. 얘들이 화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살아나요. 그리고 사과나무도 다 다시 심어야 될 입장이에요, 지금."
이번 초대형 산불이 할퀴고 간 경북 5개 시군은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이기도 합니다.
전국 사과 재배 면적의 무려 28%, 9천여 헥타르를 5개 시군에서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7%, 1,560헥타르가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과밭뿐만 아니라, 수확된 사과를 저장하고 있던 저온저장고도 570동이나 전소돼, 사과 생산은 물론 유통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냉해까지 겹치면서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사과값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습니다.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4월 하순 기준, 전국 도매시장의 사과 평균 가격은 6,534원, 평년보다 58%나 증가했습니다.
◀박승우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 팀장▶
"(2024년에) 품질이 다소 저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20kg 한 상자당 8만 원대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3월 말 경북 지역을 휩쓴 대형산불의 영향으로 향후 사과 경매 가격에 약간의 변화는 감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햇사과가 열리는 가을이 돼 봐야 이번 산불 피해 규모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는데, 현재 파악된 피해 규모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과 한 상자에 10만 원을 넘나드는 '금사과' 현상이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재현되는 건 아닐까, 농가도 소비자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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