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트
예전엔 간과했던 소중한 발견

인생은 강물과도 같다는 느낌을 새로이 가지는 요즘입니다. 예전엔 화풍난양의 좋은 날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그야말로 오그랑쪽박의 처지로 그야말로 ‘몰락’했으니까 말입니다.
하여간 이런 측면과 맥락에서 접근하자면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실망할 건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인생은 또한 길흉화복의 점철과 반복인 까닭이죠. 그래서 지금은 비록 험산준령의 엄동설한일망정 장차엔 탄탄대로의 무릉도원으로 반전하는 날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 초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직종이 경비원인지라 비록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어쨌거나 안정된 급여가 지급된다는 직장이라고 하니 최선을 다하는 터입니다. 근무의 형태는 하루는 주간이고 이튿날은 야간입니다.
하여 주간은 오전 8시부터, 야간근무는 오후 6시부터 시작하지요. 그런데 전임자와 업무교대를 하자면 그 시간보다 최소한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생전 해보지 않았던 경비직을 처음으로 감당하자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다른 건 모두 차치하고라도 낮과 밤이 뒤바뀐 마치 올빼미와도 같은 다람쥐 쳇바퀴의 나날은 우선 정상적인 인간관계의 지속 패러다임을 상실케 하는 단초더군요. 왜냐면 이전엔 오전부터 근무를 시작하여 오후에 퇴근하면 지인들과 정겨운 술잔을 나눌 수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 ‘과거지사’가 된 까닭입니다.
한데 이러한 저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 때문일까요...... 어제도 고향 천안의 죽마고우로부터는 저의 안부를 챙기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으니까 말입니다. 올 들어 추위가 정점에 달했다는 어제는 주간근무였는데 어찌나 춥던지 초소 근무를 설 적엔 다리가 마치 동태처럼 얼어 뚝뚝 떨어져 나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심지어는 콧김마저 고드름으로 변할 듯 그렇게까지 동장군이 요란을 떨어 여간 힘든 게 아니었거든요. 하여간 이처럼 악전고투일망정 새로이 배우는 것도 없는 건 아닙니다. 그중의 압권(?)은 ‘아침이 건강한 사람들’의 새로운 발견이란 것이죠.
먼저, 하루도 거름 없이 정확한 시간에 조간신문을 배달하는 사람은 아마도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지 싶습니다. 이어 환경미화원을 하시는 분들 역시도 부지런함에선 그 누구라도 감히 명함을 내밀기가 부담스럽겠다고 여겨졌지요.
또한 새벽 첫차를 운행하는 대중교통의 종사원들은 또 어떻고요! 이밖에도 건강한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제가 무지해서겠지만 더욱, 그리고 무척이나 많을 것입니다.
올부터 제 신분이 경비원으로 변한 까닭으로 이전처럼 고향 죽마고우와의 정례모임에, 또한 동창회도 참석이 어려울 듯 보입니다. 그렇긴 하되 예전엔 간과했던 소중한 발견, 예컨대 ‘아침이 건강한 사람들’과의 조우와 만남은 제 인생에서 새로운 긍정과 느낌의 발아(發芽)로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