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트
뿌리에서 만난 인연 ^^
* 배려 :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국어사전)
반성합니다? 라디오 채널을 97.5Mz에 맞추어 놓지 못했음 반성합니다.
반성합니다? 애청자 목록에 다시 올려 달라고 해놓고 윤지영의 [오후의 발견]을 잘 듣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
윤지영님, 안녕하세요. 배추(배낭하나의 추억) 박홍희입니다.
복귀 신고를(?) 하고 한달 정도가 흘러가네요. 지난 주에 틀어주신 '향수'라는 노래에 마음은 벌써 고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음까지 꽁꽁 얼게 만들어 버렸던 매서운 추위도 설명절 기간에는 누그러진다니 다행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들에게 인사 다니고 다시 대한민국에 적응(?)하기 위해 다니다 보니 애청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네요.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보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윤지영의 [오후의 발견]을 청취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쁨니다.
'여행?'
지영님은 '여행'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신가요?
혹여 저에게 다시 물으신다면 ... 글쎄요, 음~ '여행은 삶, 삶이 곧 여행' ^^
철학적인 답변이죠.
여행을 통해 자연을 둘러보고 인류가 쌓아 놓은 유산도 만나고 문화적인 체험도 하고 ... 그 중에서도 가장 진한 게 남는 것은 역시 '사람 내음' 아닐까요.
여행의 추억 하나 꺼내려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 드시면서 ... (저는 어메리칸 스타일로 하겠습니다. ^*)
배추(저)의 배낭에서 꺼낸 첫번째 추억은 인도에서 시작됩니다. 아마 1년 전 지금쯤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여행자마다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나뉘어지는 나라, 인도
'!ncredable India'
아마 인도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문장일 것입니다.
인도를 며칠 여행하면 몇 권의 책을 쓸 수 있지만 ... 몇 달을 돌아다니다 보면 무엇을 써야할 지 몰라 고민하게 되는 나라, 인도.
테레사 수녀님이 봉사활동을 펼쳤던 그리고 영화 '시티 오브 조이'의 배경이 되었던 꼴까따에서 며칠을 지내다 북쪽 지역의 날씨가 아직 좋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인도양이 보이는 작은 어촌, [뿌리]로 향했습니다.
기차로 17시간 ㅠ.ㅠ 물론, 처음 계획에는 없던 곳이라 가이드북도 없이 ...
삼십 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작은 마을. 인도양의 파도와 바다를 벗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컬러보다는 파스텔톤 흑백이 더 어울리는 곳.
3일 정도 계획하고 갔는데 ... 너무 조용한 마을이라 심심해지더군요.
호스텔 직원에게 하소연했더니 시티투어를 추천해 줍니다. 투어비용 130루피.(1루피 25원 = 약 3,500원 정도) 엄청 싸지요. ^^
다음날, 씨티투어?
'달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낡은 버스, 배추(저)를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외국인이 저 혼자 뿐이라는 사실. 다른 곳에서는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이 보이던 서양 여행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인도의 타지역에서 온 인도인 관광객들만.
어쨋든 하루는 때워야했기에 운전수 옆에 뻘쭘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덩치 좋은 인도 청년이 말을 걸어오더군요, 혼자 왔냐고~
자우라브, 26세, 한달 전에 결혼했는데 ... 부인이 걷는 것을 싫어해서 혼자 신혼여행 겸 놀러왔다고.
'이 친구도 참 괴짜군.'
이야기가 좀 길어지지요. 이왕 꺼냈으니 마무리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 보겠습니다.
잠시 후, 차장이 입장료를 받으러 오더군요. 투어비용은 오직 버스 이용료라면서.
인도여행을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 현지인 가격과 여행자 가격은 심하면 삼십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곳입니다. 물가가 낮은 나라. (저는 3개월 있으면서 백만원 정도 쓴 것 같애요.)
현지인 가격으로 65루피를 제시하니까 여행자 가격은 ... 고민하고 있는데 ... 옆에 앉은 자우라브가 현지어로 차장에게 설명을 하더군요. 영어도 짧은 배추가 인도어를 어찌 알아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but, 여행자에게는 필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
대충 해석을 해보니 "음, 이 사람은(저) 저기 아삼지방에서 온 내 친구인데 ... 얘도 인도사람 맞다고. 말이 달라서 인도어를 할 줄 모른다고)
* 아삼지방은 인도 북동쪽에 위치한 곳이라는데 그 쪽 사람들이 저 같이 생긴 모양입니다.*
차장이 고개를 갸웃뚱거리더니 ... "그래, 그럼 너도 똑같이 내, 65루피" '아싸, 돈 벌었다.'
세 걸음만 걸어도 구걸하는 이들이, 장사꾼이 따라 붙고 무엇인가를 해준 듯 하면 꼭 뒤에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인도인들만 상대하다가 이런 친구를 만나다니.
물론, 배추에게 아직 믿음이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이걸 미끼로 뭘 요구할 테지. 음~
그러나, 자우라브의 친절은 계속 되었습니다.
첫번째 구경간 태양신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이번엔 가이드가 바뀌고 힌디어가 아닌 오리샤주 언어로 설명을 하더군요. 으~
배추는 사진이나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가고~
'뭐 먹을까?' 고민하며 걷고 있는데 ... 아까 그 친구 자우라브가 태양신전을 한 바퀴 더 돌자고 하네요.
"왜 Why?"
자신이 영어로 설명을 해 주겠다면서 ...
'이 넘, 인도 사람 맞아!'
여행자들을 봉으로 알고 달라붙던 인도인들의 끈적거림이 싫었던지라 ... 인도에는 이런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
점심도 사 주더군요. 가는 곳마다 제 옆에서 설명해 주고 ... 혼자 온 외국인 여행자에 대한 작은 배려.
경계의 눈빛은 거두어지고 ...
저를 감동으로 몰아간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인도인(힌두교인) 외에는 출입이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는 힌두교 사원. 인도여행 가이드북을 쓴 작가조차 들어가 보지 못했다던 곳을 ... 제가 구경할 수 있었을까요? ^^
사진 촬영도 허용되지 않아 버스에 내려 놓고 경건한(?) 사원이기에 신발을 벗어놓은 채 1Km의 비포장길을 걸어가야 들어갈 수 있는 곳.
외국인인 저는 물론 사원 입구에서 제지를 당했습니다. 외국인은 소를 먹기 때문에 입장을 할 수 없다고.(가이드북도 없었으니 그냥 갔었지요.)
따라오던 자우라브, 또 도와 주려 합니다.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얘 내 친군데 ... 인도사람이고 힌두교인이야, 아삼지방에서 와서 인도말 못하고 얼굴이 다르게 보이는 거야"
경비원들이 '여기서는 확인이 되지 않으니 사무실에서 허락을 받고 오라'고 합니다.
사무실까지 동행한 자우라브 또 열심히 설명을 합니다.
'야, 잘 하면 들어갈 수 있겠는데 ...'
확인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더군요. 저 한 사람 때문에 다른 관광객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일.
자우라브에게 괜찮다며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밖에서도 거의 다 보이는 신전입니다.
곧바로 쫓아온, 자우라브가 저에게 던진 한 마디,
"힌두교의 모든 신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할 텐데 외국인을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지 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종교를 떠나, 피부색을 떠나, 신분을 떠나 진심으로 한 외국인 여행자를 챙겨 준 인도 사람, 뿌리를 떠나는 다음 날 아침에도 기차역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하며 따뜻함을 전해 주던 인도 친구, 자우라브.
이번 여행을 추억할 때마다 떠 오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 지 알 수 없지만 ... 배낭 저 밑바닥에 깊은 추억으로 남겨져 있을 것같습니다.
지영님에게도 따스함이 전해졌나요? ^^
추억 하나가 장편 소설이 되었습니다.
너무너무 추워 마음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이 겨울, 사랑하는 이에게, 가족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오늘 만나는 낯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우리의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설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글 읽느라고 수고한 윤지영의 [오후의 발견] 제작진을 위한 특별 퀴즈
위 빈칸에 들어갈 적절한 단어를 아래 보기에서 찾으세요.
'아시죠? 다른 사람을 [ ]할 줄 아는 당신이 희망입니다.'
1. 미워 2. 싫어 3. 배려 4. 욕
* 신청곡 : 카레 / 노라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