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트
엄마~~
날씨가 추워지니 여기저기서 김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작년까지는 엄마가 해 놓으면 먹으면 그만이었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상황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언니랑 작은오빠랑 다같이 모여서 이번 주말에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금요일에 해야겠다고. 나보고 일찍 와서 점심만 해주고 나가서 일을 하라고말이에요.
언니는 대구에 살고 오빠네는 김해에 살고.... 멀기도 하지만 하는일이 있으니 주말아니면 올수도 없는데....
토요일에 하라고 했더니 그동안 품앗이 해놔서 동네 아줌마들과 (할머니들) 하면 되니까 나만와서
좀 도와주고 가라는 거에요.
매년 엄마혼자 그 많은 김장 다해놓고 택배로 보내줄테니 바쁜데 오지말라고 하는게 싫어서
이번엔 그 짐 덜어주고 싶었는데 ....
자식들 고생안시킬려고 다리도 성치 않으면서 남의 김장 다하고 다닌 엄마에게 화가났어요.
나도 금요일은 바뻐서 못간다고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고 말았어요..
늦은밤 일기를 쓰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우리엄마 올해 일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할머니잖아요.
아마도 엄마는 김장을 하고나면 사나흘 몸살에 걸리고 아픈 다리때문에 밤마다 끙끙 앓다가
겨우 일어나 병원을 갈수 있을거에요.
몸 마디마디 관절이 닳고 닳아서 이제는 일을 안해도 아파서 견딜수가 없다는 엄마...
그래도 이제는 쉬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여전히 당신이 이팔청춘인줄 아는가 봅니다.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이런것이 엄마의 행복이겠구나....
아직은 당신이 농사지어서 자식들에게 쌀이며 고춧가루며 맘껏 줄수 있다는게 ....
엄마는 자식이 굳이 오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고 김장을 택배로라도 보낼수 있어서 다행이고
평생 흙밖에 모르고 살면서 이제는 머리맡에 뭉치뭉치 약봉투가 떨어질 날이 없어도
자식생각에 행복할수 있겠구나...
우리 엄마와 우리의 모습만이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보내주는 것을 당연히 받고 이런걸 뭐하러 보냈느냐고 말하는
또다른 내가 있을겁니다..
오늘은 먼저 전활걸어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식사는 하셨는지 안부를 여쭙는 내가 되었음 합니다.
저도 금요일에는 아침일찍 일어나 김장하는 우리마을의 엄마들을 위해 보쌈용고기 사가지고 가야겠어요.^^
신청곡 : 리아.. 엄마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