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트
오늘은 아버지의 77번째 생신(희수)이십니다.
예전에는 크게 축하잔치를 열었던 환갑, 고희를 요즘에는 100세 시대라고 해서 큰 의미를 부요하지 않기도 하죠.
저희 아버지가 오늘 일흔일곱번째 생신을 맞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외할아버지를 77세를 맞이하시기 전에 하늘로 보내셔서인지 [고희]를 크게 기념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외부 식당에 가기도 여의치 않아서, 음식을 시키고 만들어 부모님댁에 잔칫상을 차리기로 했답니다. 저희는 4형제여서 손주들까지 오늘 모두 모이면 16명이나 됩니다~^^
아버지의 고희를 축하드리고 싶어 라디오에 글을 올려봅니다. 특히 아버지께서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시면 가족들에게 남기신 글이 있어, 지디님의 목소리를 빌려 한번 더 듣고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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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든든하다
어제는 민석이 모처럼 와서 세 식구가 모기장치고 동침한 날이었다. 오늘은 우석이가 오고, 집 식구와 식탁에 둘러앉아 넷이서 저녁 밥상을 맞이했다. 오래간만의 저녁은 그렇게 맛을 돋우며 흘렀다. 내일은 칠레 식구만 한사람 빼고 모두 모이는 날! 음력과 양력이 77년 만에 똑같은 날, 식구는 희수(喜壽)라며 더 좋은 날이라고 했다.
세상이 온통 전염병으로 움츠리는 요즘, 음식점 예약보다는 집에서 오순도순 온 식구가 모여 반가운 만남의 자리로 서로를 기쁘게 맞자고 결론을 내린지라, 그리 큰 신경 쓰지 말자고 약속했다. 다행히도 훌쩍 20년이 지난 아파트의 거실과 주방이 트인 공간이라 큰 식당과 손색없다고 나는 벌써 주장했었다.
다만 준비와 정리 하는 고생됨을 생각할 때면 돈이 좀 들더라도 큰 홀에서 행사함이 바람직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해, 집에서의 만남은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흐른 시간만큼이나 지나간 순간들을 떠올릴 때면 얼마 지나지 않은 엊그제 일인 듯 한 데, 이제 모두의 환경이 제각기 특징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가! 서 있는 내 옆 우리 가족들은 저마다 일자리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희망 일자리로 주 5일 근무하는 고희 앞둔 집 식구는 어쨌든 노인 상담역을 잘 소화 시키고 있다고 본다.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도 원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성당 활동 등 모든 움직임이 제약 받는 현실에도 가사를 원만히 잘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다만 훌쩍 지나간 듯 추억의 주마등이 되살아 다가올 때는 나이 듦에 대한 조심성을 말하며 추억이 만만치 않음도 느끼고 있다. 사내아이 넷을 키우면서 남편 뒷바라지하는 한국 여성의 대표적 모습을 본다. 아마도 양가 부모님의 선량함과 올곧음에 힘입고 본받아 부끄러움 없는 참 어머니로의 삶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감사할 따름이다.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원일, 용은 큰 서울 사람, 윤석과 원석을 낳고 키우며 무탈하게 지내고 있는 스마트한 서울 가족이 고맙다. 윤석이가 첫 손자로 태어났을 때는 줄곧 중부 고속도로를 달려 태릉엘 갔었다. 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러 형제를 둔, 서울 천사 가족이 늠름하다.
둘째는 어떤가! 우일 안또니오 신부가 지구 정 반대편으로 날아 간 지도 오는 12월 4일이면 3년을 맞는다. 34시간 이상 걸려야 남아메리카 산티아고로 갈 수 있다는 멀고 먼 나라에서 음성이 들려 올 때면 반가움과 마구 밀려오는 그리움에 온 마음이 달려간다. 지나가는 세월 안에서 다시 만나는 희망으로 칠레 소식을 접하고 있다.
화가 부부로 항상 후학을 배려 배양하고 작품 만들기에도 게으르지 않은 노은 정일, 예진, 민석(성모 초3), 한나(유치원)는 우리 울타리를 빛내고 있다. 삼부 아파트에서 시작한 신혼살림이 이제 저축하며 더 여유로움으로 명성을 떨치리라.
늘 재주 만능이고 심성이 이름과 똑같은 막내 선일, 유정! 선봉에 서서 돌진하는 지금이 바쁘게 생활하며 무탈해 좋구나. 금은보화가 따로 있나, 아이 셋 부모가 됐으니 뿌듯하면서도 알차다. 우석(검도1단)을낳고 57년 만에 손녀 비아를 보여 줬고 늦둥이 보석이를 낳았구나! 장하고 또 장하다. 번창 승승장구하리라.
이런 가족이 세상에 또 있겠나! 모두 16명이다.
고마울 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는 날!
친구인 등운(騰雲)이가 몇 시간 전에 생일을 기억하고 전화한다며 나에게 정중히 제안했다. 생일상에서는 맨 처음 하늘에 가 계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중히 술잔을 바치라고 했다.
2020.9.5(음 7.18)
생일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