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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의 골든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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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0분

DJ노트

아직까지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제 주간근무를 하던 중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원했던 대학에 합격을 하였기에 기쁜 마음에 술을 사겠다는 내용이었지요. “아녀, 내가 살게.”

 

퇴근하면서 그 후배를 만나 삼계탕에 소주를 네 병 마셨습니다. 그러고도 부족하기에 집에 들어서선 소주 한 병을 마저 더 먹은 뒤에야 비로소 잠이 들었지요.

 

그 같이 기분 좋은 과음을 하게 된 건 후배가 아들의 대학 합격이란 반가운 소식을 얻은 뒤 그걸 저와 공유하였다는 데서 기인(起因)했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좋은 일이 생기면 이를 자랑하고자 입이 근질거리게 마련이죠.

 

또한 저처럼 기분파인 경우엔 밥과 술까지 곧잘 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딸이 서울대에 합격하던 해의 겨울에 제가 느낀 기쁨은 횃대비(굵게 좍좍 쏟아지는 빗줄기) 그 이상이었죠.

 

그 가슴 터질 듯 하던 보람을 그저 우리 가족만 느낀다는 건 어떤 실정법 위반이지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다니던 직장의 직원들을 죄 중국집으로 데리고 가서 그야말로 배 터지게 밥과 술을 샀지요.

 

그러자 비로소 허우룩하던 마음까지 만족감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후에 ‘자린고비’ 아내로부터는 “돈도 많네?”라는 듣기 싫은 핀잔을 들었지만 말이죠. 그런데 석사와 박사보다도 높은 직위(職位)는 ‘밥사’라는 우스갯말이 있는 걸 아세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람은 같이 밥을 먹음으로 하여 더욱 친밀해집니다. 그래서 “언제 밥 한 끼 먹자”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이죠. 밥은 또한 이전에 내가 얻어먹었으면 다음엔 내가 사는 구조로 자연스레 이뤄집니다.

 

그렇게 밥과 술을 자주 나누노라면 처음엔 냉정한 돌심보와도 같았던 사람도 살가운 관계로 발전하곤 하지요. 석사, 박사보다도 높은 직위는 ‘밥사’라는 건 알았는데 이보다 높은 게 또 있답니다.

 

그건 바로 ‘감사(感謝)’와 ‘봉사(奉仕)’라고 하네요. 자화자찬(自畫自讚)이 아니라 저는 정말이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도, 또한 종업원이 김치를 한 번 더 갖다 줘도 반드시 “감사합니다~”를 입에 붙입니다.

 

2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사랑의 온도탑’ 폐막식이 열렸답니다. 그런데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14 나눔 캠페인’에선 지난해 모금한 이웃돕기 성금이 무려 5,667억 원이나 되어 1998년 12월 사랑의 열매가 성금 모금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의 금액을 기록했다네요.

 

이런 현상을 보더라도 아직까지 우리가 사는 사회는 봉사와 정을 나누는 문화가 여전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흐뭇했습니다. “선배님, 오늘 잘 먹었습니다. 다음엔 제가 근사한 곳에서 한 잔 살게요.” “그럼 고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