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트
눈과 같아요
며칠 전 첫 눈이 내렸었죠?
아침 창 밖을 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바뀌었더라구요
밤새 내린 눈으로 지붕도 옥상도 거리도 자동차 위에도 모두 하얗게 변해있었죠
눈~~
하면, 딱 두 단어로 나뉘는 것 같아요
"좋다"와 "싫다"
전 그렇거든요
눈~~ 좋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고
싫지만 영영 싫지는 않은 것
그게 바로 눈에 딱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와~~
눈 온다~~
라며 좋다가도 오늘 저녁 퇴근하고 돌아올 남편 걱정에 그리고 하교하고 돌아올 아이들 걱정에 또 쉴새없이 돌려야할 보일러 난방비 걱정에 금방좋았던 맘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는게 제 현실이거든요
그러고보니 눈과 같은 존재가 바로 가족인 것 같습니다
좋다가도 금방 싫어지는 눈처럼 말입니다
그 날 아침에도 그랬어요
"오늘은 굉장히 추우니까 모자도 쓰고 장갑도 끼고 출근하세요" 남편에게 일러주었건만.
제게 돌아온 말은요~~
"괜찮아"
그런데 밖에 나간지 일분도 채 안되어서 남편이 다시 들어와서 하는 말은요~~
"모자 좀 줘"
즌작에 일러준대로 하고 나가면 얼마나 좋아요
열심히 일기 예보 듣고 홍보해주었건만 무시하고 나가더니 부엌에서 일 좀 하려고 들어가자마자 다시 안방으로 가서 모자 꺼내오게 하고 말이죠
남편만 그런게 아니에요
초4아들에게도 똑같이 말해주고 신신 당부했건만 초 4아들 역시 현관 문 닫고나가자마자 어떻게 하고 가나 베란다 문을 열고 살짝 내다보니 제가 열심히 쒸어준 모자는 벌써 벗어버리고 걸어가고 있더라구요
그러더니 다시 들어와서 하는 말,
"엄마 ~~ 죄송해요"라고 다시 사과의 말을 건네주고 다시 학교로 향해 가는 울 아들을 보며 희비가 교차하더라구요
"오늘 같은 날은 자동차가 오면 미리미리 피해서 가거라~~~ 자동차가 잘 달려오다가도 갑자기 길에서 미끄저지며 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모자 꼭 쓰고 걸어가야 돼 그래야 뒤로 넘어져도 보호가 돼지~~"라며 제가 계속 잔소리를 헤대는 것을 아들은 건성건성 듣고 계단을 내려갔었는데 그것이 영 맘에 걸렸었나봅니다
다시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와서 사과를 하고 학교로 가는 아들을 보면서 남편과 아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싫다가도 좋게 만드는 그런 존재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였네요
*신청곡~~이정석의 "첫 눈이 온다구요(남편과 제가 둘다 좋아하는 곡이에요--들려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