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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의 골든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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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0분

DJ노트

<창사특집> 나에게 힘이 되어준 고마운 친구! 오후의 발견!!

저는 이곳 충청도로 이사 온 지 4년이 다 되어 가는 경상도 아지매입니다.

한 평생을 살던 고향을 떠나 대전으로 이사 오려니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늙어서 자식들 가까이 사는 것이 좋겠다 싶어 어려운 결정을 하였네요. 사실 대전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 딸이 이사를 오라고 했을 때에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먹고 고향 떠난다는 것이 어디 쉬운가요? 물론 자식을 가까이 두고 싶은 것이 어미 마음이지만 다 큰 자식들 짐 될까 그냥 접었습니다. 그런데 손주 손녀가 태어나고는 굳었던 결심이 흔들려 부랴부랴 집을 구하고 대전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오고도 한참을 마음을 잡지 못했네요. 길도 설고 물도 설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문만 열면 반갑게 맞아주는 이웃 하나 없으니 줄 떨어진 연처럼 마음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제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것이 바로 대전 mbc, 오후의 발견이었습니다.

집정리를 하다보니 서랍 깊은 곳에서 mp3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갖고 싶다고 아우성이더니 요즘은 세상 좋아져 스마트폰이다 뭐다 더 좋은 기계가 나오니 쓸모가 없어진 모양이더군요. 이리저리 작동을 해보니 꽤 쓸 만하게 소리가 나는 것 같았는데 그 때부터 빛바랜 mp3는 저의 단짝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대전 여기저기를 다니며 지리를 익히고 마트 장을 보러 갈 때에도 mp3는 제 손에 항상 들려져 있었지요.

편안한 목소리로 진행하는 윤지영씨의 오후의 발견은 제가 즐겨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다양한 사연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사람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리마인드 웨딩 관련 사연과 아버지께 쓰는 편지라는 코너가 참 좋았습니다. 저 역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항상 가슴 한 켠이 시리곤 했는데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이제라도 원을 풀었으니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전과 충남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자세히 소개해 주어 주말이면 자식들과 나들이 갔던 것도 제게는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차분한 음성이 잘 어울리는 꼬꼬단이라는 코너도 참 좋았고, 책 읽기 캠페인인 북스타트는 제가 참 좋아하는 코너였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저였지만 애들 키우느라 한참을 책에서 멀어져 있었는데, 오후의 발견 덕분에 다시금 책과 가까워지게 되었어요. 지영씨가 소개하는 책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서점에 들러 책을 골라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제는 돋보기 없이는 한 자도 읽을 수 없는 육십의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되었지만, 저도 사연으로 보내 볼 요량으로 더듬더듬 문자 보내는 방법도 익히고 독수리 타법으로 느릿느릿 인터넷으로 글 올리는 방법도 배우게 되어 이렇게 대전 mbc 30주년에는 축하하는 글도 올릴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

처음에는 괜히 이사왔구나 배게를 적시며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이곳을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빛바랜 mp3에서 흘러 나오는 윤지영씨의 목소리 덕분에 제게도 하나 둘씩 좋은 추억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참으로 행복합니다. 서른 번째 생일이라! 내 나이 서른에 무얼 했나 문득 옛추억을 떠올리게 되네요. 그 때는 한참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낸 기억 뿐입니다. 육십이 되어서야 이제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으니 인생은 참으로 빠르고 숨이 찰 듯 바쁘기만 하네요.
내 나이 서른 즈음에는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항상 제 품에 있을 것만 같던 아이들도 이제는 성장하여 각자 제 삶을 꾸려나가니 마음 한 켠이 조금 쓸쓸해 지기도 하고, 스무 해 넘게 일해 온 정든 직장을 퇴직하고 일터와 동료들로 부터 떠나온 심정은 왠지 모를 허탈함이 제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바쁘기만 하더니만 갑작스레 자식들과 직장으로부터 해방인가 싶더니 나이 육십의  노년이 되었습니다. 오후의 발견을 들으며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밀린 집안일도 하며 나태와 게으름을 멀리하며 나름대로 활기차게 살아갑니다. 서른의 대전 mbc 라디오는 육십인 제게는 참으로 좋은 벗인 셈입니다. 오늘은 저의 가장 좋은 벗인 대전 mbc의 서른 번째 생일에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신청합니다. 비가 오더니 부쩍 가을 냄새가 나는가 싶은데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이 생일이라니 더욱 잘 어울릴 것 같아 축하곡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