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게
소설(小雪) 단상
카카오톡으로 모 의류회사에서 겨울옷을 싸게 판매한다는 광고가 들어왔다. 하여 맘에 드는 겨울 의류를 샀다. 야근을 하면서도 쉬 껴입을 수 있는 보드라움이 우선 맘에 들었다.
더욱이 둘둘 말아서 집어넣으면 감쪽같이 앙증맞게 줄어드는 신축성은 첨단의 의류 기술까지 엿볼 수 있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겨울나기를 준비한 건 이틀 후면 도래하는 소설(小雪)덕분이었다.
이십사절기의 하나인 이 날은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들며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처럼 더욱 추워진다. 사람은 배신하지만 계절은 배신(背信)을 모른다. 이 풍진 세상을 60년 가까이 살다보니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배신을 당한 아픔이 있다.
금세 준다며 돈을 꿔간 사람이 함흥차사로 잠적했다. 백화점의 카드를 만들자면서 맞보증을 섰던 직원 역시 다량으로 물품을 구입한 뒤 달아나 그걸 모두 갚느라 아내로부터 얼마나 질책을 받았는지 모른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작년부터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했다.
면역력마저 떨어져 감기가 들면 당최 낫지 않는다. 고된 야근의 연속은 이러한 징후를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다. 그렇다고 해서 경비원 직업을 당장 때려치울 순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대두되기에 고민이다. 박봉이긴 하되 그래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마누라가 따슨 밥과 국이라도 끓여주는 때문이다.
4년 전 직장을 그만 뒤고 몇 달간 논 적이 있다. 그러자 마누라의 본격적(?) 바가지와 잔소리가 시작되었는데 그 소리가 지겨워 애먼 산만 죽어라 탔다.(고로 남자는 놀아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누라 등쌀에 말라죽는다! = 우리나라 남편들 정말 불쌍하다!! ^^;)
여하간 소설은 찬바람을 동반한다. 바람에도 종류가 많은데 먼저 ‘가맛바람’은 가마를 타고 가면서 쐬는 바람이다. ‘가마’는 예전에 한 사람이 안에 타고 둘이나 넷이 들거나 메던, 조그만 집 모양의 탈것을 말한다. 연(輦)과 초헌(軺軒), 남여(籃輿), 사인교(四人轎) 따위가 있다.
한데 이는 부자(富者), 그리고 성공(成功)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열흘 안으로 발간되는 나의 첫 저서의 소위 ‘대박’을 학수고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래야만 나 또한 비로소 ‘가마를 탈 수’ 있으므로.
다음으로 ‘고추바람’은 살을 에는 듯 매섭게 부는 바람이다. 엄동설한에 주로 부는데 나처럼 박복한 인생을 산 인간에게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다.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이 되면 보드랍고 화창한 ‘명지바람’이 찾아온다.
내년엔 아들에게도 명지바람 같은 규수가 사랑의 큐피드(Cupid) 화살을 날렸음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