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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의 골든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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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0분

DJ노트

아픈 나의 가장 좋은 위로가 된 남편..

암 선고를 처음 받았을 때 저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이들 뿐이었습니다. 어린 우리 아들들.. 10살, 6살 이 두 말썽꾸러기 녀석들을 어찌해야 하나 싶어서 울었습니다. 그 순간에 남편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긴긴 치료 시간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몸무게가 10킬로가 넘게 빠지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고, 목과 입안이 다 헐어서 먹을 것을 하나도 먹지 못하고 힘들어 하던 아내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남편을 쳐다볼 기력도 없었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묵묵히 제 옆을 지켜주었습니다.

1년 넘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 제법 사람 같아진 저를 보고 옆에서 웃는 남편이 보입니다.
화내지 말라고, 화내면 다시 아프게 된다고.. 저를 다독이는 남편을 보며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내가 어떻게 될까봐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내가 아픈 시간동안 아이들을 보살피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혼자 남을까봐 두려움에 떨었던 그 마음을 저는 몰랐습니다. 물론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저와 같지는 않았겠지만 힘들고 아픈 아내를바라보며 씩씩한 척 해야 하는 남편의 마음도 역시 공포로 가득했을 거라는 걸 이제야 알겠습니다.

아직도 재발과 전이 문제로 수시로 걱정하고, 병원을 다니고 있지만 치료를 마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남편이 기뻐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환하게 웃던지요..

이제 다니던 직장에도 복귀하고, 어느정도 체력도 회복이 되고..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겠지만 인생의 많은 고비마다 함께 손잡고 가야 하는 남편이 있어서 외롭지 않습니다.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고 쫓기던 생활을 접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고, 아직도 일할 수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남편..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나를 지켜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은 인생.. 오래도록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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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 저희가 전통 혼례를 해서 웨딩사진이 없는데.. 리웨딩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남편과 아이들과 추억을 남겨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