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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의 골든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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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0분

DJ노트

아버지의 고백

몇개월전아직 환갑도 안되신 친정아버지께서 골수암에 걸리셔서 몸 구석 구석에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선 완치 불가능한 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구요 .. 물론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되었죠..

그런데 참 사람이란게 힘든 상황에도 금새 적응이 되는가 봅니다. 

그때 전 셋째 임신 막달이였고 하루 하루 신랑 챙기랴 아이들 챙기랴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그 핑계로 친정아버지

를  많이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상황도 상황이지만 어렸을때 부터 술로 인해 가족들을 맘 고생 몸 고생

시킨 아버지라서 아버지에 대한 애잔한 정 따윈 없는것처럼 느껴 졌습니다.

어느 순간은  "술을 그렇게 많이 드셨는데 병이 오는건 당연한거지..'라며 아버지의 병을 너무도 당연하게 인정해

버리기 까지 했습니다.

몇달이 흐르고 추석을 지난 어느날 아버지 생신이 돌아와 친정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몸은 앙상히 마르셨

고 걸음걸이 조차 부축을 받아야 될 정도로 쇠약해 지셨는데도 식사는 멀리하고 술만 드시고 심지어 안피우던

담배까지 피우고 계셨습니다... 정말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제 남편에게 너무 챙피하고 마음도 편치 않아서 급히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아버지가 아주 작

은 목소리로 "은숙아 자고 가라~!" 이러시는 겁니다.

저는 또 퉁명스럽게 "왜요?손주들이랑 더 있고 싶어서요??" 그랬더니 그렇다고 하십니다.

잠시 망설였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집으로 오려는데 절 또 부르시더니

생전 미안하다 소리 할줄 모르시던 아버지께서

"은숙아 아빠가 해준것도 없고 많이 미안하다. 씩씩하게 잘 살아라."

그러시고 여섯살짜리 제 딸를 부르시더니

" 온유야 씩씩하고 건강하게 커야한다"하시는 겁니다.

이런 아버지의 고백은 사실 몇일전에도 뜬금없이 가게서 일하시는 엄마한테 전화하셔서는

"내가 당신 데려와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

고 하시고 오늘이 몇일이냐고 자꾸 물어보시고 자꾸 미안하다며 우시고 엄마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해서

저러다 갑자기 돌아가시는거 아닌가 엄마가 많이 걱정하고 계셨는데

저랑 제 딸에게 까지 그러시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범벅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진 다음날 입원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병원에 가셔서는 식사도 조금씩 하시고 술도 못 드시니 기운은 좀 차리신것 같은데

암으로 인한 통증은 아직 심하십니다.

병원에 계신 아빠께 전해주세요...

힘내시라고... 빨리 나으셔서 어린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아버지 세번째 손주도 손잡고 공원에도 가시고 매미도

잡아주시고 텃밭에 달린 포도도 따주시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시라고...

그리고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아빠 원망하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없다고.. 사랑한다고...

아빠도 함께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