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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의 골든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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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0분

DJ노트

행주


저는 행주입니다.

그릇이나 밥상 따위를 닦거나 씻는 데 쓰는 헝겊이죠.

 

‘행주’의 또 다른 의미로는

행주(行酒)가 있는데 이는 ‘잔에 술을 부어 돌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또한 또 다른 행주(行廚)는

‘음식을 다른 곳으로 옮김’과 더불어

‘임금이 행차할 때 임금의 음식을 맡아보던 임시 주방(廚房)’이기도 하죠.

 

여하튼 행주의 일생은 구질구질합니다.

만날 남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 따위를 닦거나 씻어내느라 한 시도 쉴 틈이 없는 까닭이죠.

 

하지만 저는 현재의 이 직분에 만족합니다.

또한 때론 뿌듯한 자긍심도 느끼곤 하죠.

 

왜냐면 제가 없다면 과연 뉘라서

그런 잡다한 일을 모두 척척 처리하고 해결할까요?

 

오늘은 저의 주인아저씨가 쉬시는 토요일예요.

어젠 오늘 만인산으로 등산을 가신댔는데

어젯밤의 과음으로 말미암아 그만 또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답니다.

 

그리곤 두문불출하시는데 아침 겸 점심을

잠시 전 고작 라면 하나로 때우셨네요.

 

그마저도 겨우 반 밖에 안 드셨더군요.

“아저씨~ 그렇게 드시면 속 버려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저씨는 또 저를 이용하여

냄비와 그릇 따위를 깨끗이 닦으셨지요.

 

아저씨는 아들과 딸이 모두 객지에 나가 있습니다.

하여 늘 그렇게 외로운 사나이죠.

 

그래서 말인데 아저씨의 아드님과 따님이 자주 좀 집에 왔음 싶어요.

그래야 저도 더욱 분주해질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