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트
대학원생 딸의 앞길에
아침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흩뿌리는 어제였습니다.
그러나 딸을 그리워하는 제 마음엔 한 치의 누수(漏水)조차도 없었지요.
대전역에서 오른 KTX는 순식간에 저를 서울역에 내려다 주었습니다.
미리 연락을 취하여 마중을 나온 딸을 끌어안은 뒤 근방의 식당으로 들어갔지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최대한 비싸고 맛난 음식을 주문하여 같이 잘 먹었습니다.
셈을 치른 뒤 딸에게 용돈을 건넸는데 하지만 딸은 손사래를 치더군요.
“가뜩이나 너무 비싼 음식을 먹어 죄송한데
이렇게 돈까지 주시면 제가 더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대뜸 야단을 쳤습니다.
“이놈아, 아무리 어렵기로 세상에 하나뿐인 딸에게 용돈조차 못 줄까?”
그리곤 딸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었지요.
3월 2일부터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이 되는 딸에게 거듭 큰 축하를 보내면서 말입니다.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했습니다.
하지만 열차의 차창으로는 작년에 서울대를 4년 연속 장학생으로 졸업한
재원(才媛)의 딸이 여전히 화풍난양의 봄날 벌판 아지랑이처럼 무럭무럭 솟아올랐습니다.
가난을 탓하지 않고 아울러 과외 한 번 없이도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하고
내처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게 되는, 풍랑을 탓하지 않는
사랑스런 딸은 정녕 하늘이 제게 주신 최상의 귀한 선물입니다.
딸의 앞길에 늘 신의 가호와 건강, 그리고 행운이 같이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