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트
생일축하편지
생일 축하합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당신의 생일 무엇으로 축하해야 할지 며칠동안 고민했습니다. 작년에는 잠옷을 선물했는데, 비싼 걸 샀다고 구박(?)받은 기억이 나네요.
결국 알뜰한 당신은 덜 비싼 잠옷으로 바꾸고 덤으로 제 바지잠옷가지 선물했죠. 당신 생일 덕에 나도 선물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무엇으로 내 마음을 전해야 할까 고민하다, 진작부터 마음에 품었던 약속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올해는 당신에게 '나의 시간'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원래 가진것이 없는 나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에게 뒤쳐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시간'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나의 시간을 ,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경계를 넘으려 하면 나는 불편하고 부담스럽습니다. 어쩌면 어린시절쿠터 오랫동안 혼자 지낸 탓일수도 있지만 이유야 중요하지 않겠죠.
중요한 것은 그런 내 삶의 방식이 지금까지는 다른 이들에게 크게 상처 줄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바로, 당신이라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죠.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나의 시간을 함께하는 데는 주저했습니다.
일이 피곤하고 무엇이건 혼자 하는 것에 익숙했던 나에게 당신의 존재는 사랑 그 자체지만 때로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시간도 있었습니다. 특히 주말이면 나는 쉬고 싶고 당신은 일을해야 했습니다. 혼자 보내는 것이 미안했지만 솔직히 다신과 함께 하루종일 기분좋게 가게를 지킬 자신이 없었습니다.
당신은 그런 날 이해하고 쉬게 해주었죠. 당신,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내겐 벅찬 사람입니다. 그 벅찬 마음, 조금이라도 갚아보며 당신께 지금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당신이 태어난 날, 우리의 행복을 위해 약속합니다.
이제부터는 당신과 함께 나의 시간을 나누려고 합니다.
이건 어제 오늘 뚝딱 결심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래 고민했고 많이 반성해서 하는 말입니다. 당신을 나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기적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부터 그 이기적인 태도를 고치려고 합니다. 한번에 다 되지는 않겠죠. 그래도 노력할 겁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여행을 가자는 말도 그래서 하는 겁니다. 앞으로는 가게를 지키는 시간도 늘려갈 겁니다. 내년에는 올해 못 간 두번째 신혼여행도 꼭 갈 겁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위하는 시간과 마음을 늘려갈 겁니다. 당신보며 웃는 얼굴도 많이 보여줄 겁니다. 당신 위해 요리하는 시간도 많아질 겁니다. 당신을 위해 다시 일기를 쓰고 당신을 위해 당신가족에게 더 잘 하겠습니다. 이 모든게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것이니까요.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합니다.
오늘의 약속이 선물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받아주세요.
사랑합니다.
당신의 못난 신랑이.
20110214.21.33
ps. 그래서 그랬나봅니다. 어제는 야근을 해야한다면서 열시전에 오겠다고 하더군요. 편지 쓴 시간보니 ..
오늘은 커피숍에 문을 여는 순간 정면에 예쁜 꽃다발과 편지가 한눈에 보이도록 놓아두고 갔더라구요.
아침엔 맛있는 미역국도 끓여주고요.
그리고 엄마같은 시어머께서는 [생일축하한다. 엄마가 생일밥해 줄려고 했는데 눈때문에 못나갔다.
와인 두잔 값 보냈으니 즐거운 시간보내라.] 포항사시거든요..^^
결혼후 처음 맞는 생일.. 정말 행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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