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SERVER!!
이대희의 골든디스크

이대희의 골든디스크

이대희의 골든디스크

11시 00분

DJ노트

‘엿같은’ 생일, 반전된 생일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 나이가 지천명도 넘은 중늙은이가 되고 보니 기실 생일이라고 해봤자 딱히 별 의미도 없습니다. 그저 아침에 미역국에 밥 한 술 떠먹고 출근한 뒤에 저녁에 소주나 한 잔 하면 끝나는 요식적 행위에 불과할 따름이죠. 물론 그 소주가 제 주머니서 나온 돈으로 사 먹는 술이 아니라 누군가가 사 주는 술이라고 한다면야 더 낫겠지요.

 

공짜라는 건 자고로 만인의 본능적 관념이자 어떤 기대심리의 한 축이니까 말입니다. 그제와 어제에 비해 오늘은 기온이 많이 올라가 그럭저럭 견딜만한 날씨입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분명한 건 현재는 여전히 엄동설한이란 사실이죠. 여하튼 53년 전,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도 춥기는 지금보다 더했음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초가집의 셋방서 사셨던 아버지는 귀가 떨어져 나갈 듯 추웠던 날씨로 말미암아 구들장에 장작을 패서 불을 마구 피우셨다네요.

 

그래야만 산모인 어머니와 함께 홍씨 집안의 장손이자 장자인 제가 안 얼어 죽는다면서 말입니다. 세월은 여류하여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마저 ‘하늘나라의 터줏대감’이 되신지 오래입니다. 대신에 세월은 저에게 사랑하는 아내와 듬직한 아들, 그리고 올해의 토끼띠에도 걸맞게 귀엽고 깜찍한 딸을 선물로 주셨지요. 한데 공교롭게도 아내와 저의 생일은 불과 이틀 간격입니다. 즉 그제가 바로 아내의 생일이었다는 얘깁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일부터 집에 오는 걸 의식하여 바지락을 넣고 미역국을 큰솥으로 가득 끓였습니다.

 

그런데 외식으로 일관하느라 그만 풍부하게 남은 아내의 미역국은 오늘 아침에까지도 저의 생일상 미역국으로 변질(?)되기에 이르렀지요. 하여 오늘 아침을 먹으면서는 푸념을 했습니다. “이거 참 엿같은 생일일세. 마누라 생일날 끓인 미역국을 먹는 내 처량한 신세라니...” 아내는 새롭게 미역국을 끓여준다고 나섰지요. “아녀! 괜히 해 본 소리여. 멀쩡하게 남은 미역국을 왜 버려, 아깝게!” 그렇게 미역국을 먹고 출근하여 사무실의 제 책상에서 인터넷을 열어 도착한 이메일을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생일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홍수를 이뤘는데 하지만 내용은 모두가 무슨 상품을 구입하면 할인해 준다는 것들이 천편일률로 줄을 서 있는 것이었죠. 그러나 딱 한 군데! 그러니까 제가 등단하여 이따금 글도 올리는 우리 문인협회의 카페에 들어가 보니 ‘홍경석 수필 작가님의 생일을 축하 합니다’는 글과 축하음악이 가히 성대(盛大)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거 참 쑥스럽네 ... 그렇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네!! ^^

 

오는 토요일은 우리 문인협회에서 2011년도 시무식 겸 18기 문인 등단자 상견례가 있는 날입니다. 더불어 윷놀이에 떡국까지 준다니 안 가 볼 수 없는 노릇이네요. 오늘이 제 생일이었음에도 정작 그제 아내의 생일날 끓인 미역국을 덥혀 먹고 출근한 ‘푸대접’의 날이었다는(^^;) 약간은 씁쓸했던 마음이 축하의 글 답지에 그만 눈 녹듯 소멸되는 오전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고마움의 댓글을 붙였지요. ‘님들의 후대에 깊은 감사 올립니다! 8일 날 상경하여 인사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