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게
발바닥불사는 되지마세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경북에 있는 어느 사찰에 다녀왔습니다.
우스게 소리로 하는 말이 있지요. 명산에 가서 기 좀 받자. 그랬습니다.
가끔 심신이 지칠라치면 저는 가족과 함께 절에 갑니다.
대부분 절은 산 속에 있어요.
가는 길이 굽어지고 울퉁불퉁해서 들어가기는 불편하지만
그 길을 들어가면 산새가 깊어 맑은 물이 흐르고 드높은 산 아래 자락에 고즈넉한 사찰이 나오지요.
그 사찰 주변을 거닐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이면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며 걱정거리들이 일순간에 달아나는 듯 합니다.
여느 절 같으면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절까지 갔겠지요.
가면서 식당이나 차집에 들어 잠깐 쉬기도 합니다.
일주문까지 걸어가며 사진도 찍고 시간없어 못다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풀어놓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사찰은 도로에서 오분 정도 올라가면 일주문에 닿는 곳이라
그런 여유가 없어 그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일주문을 들어서니 다시 자연과 하나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덕분에 여유롭게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벽에 붙은 부처님 말씀도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어느 글귀 하나 버릴 것 없는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법회시간이 되어 저도 법당 안에 방석을 깔고 삼배한 후 그 위에 앉았습니다.
스님의 법회는 10시 30분이 되자 지체없이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느라 잠시 어수선했습니다.
하지만 몇 분 지나 법당 안은 다시 법회를 듣는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법회 도중 핸드폰이 울리니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가싶더니 법회 중간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급한 일이 생겼는지 휙 일어나서 나가기도 했습니다. 저도 순간 그분에게 시선을 빼앗겼지요.
법문을 읽으시던 스님께서 한 말씀 하셨습니다.
“마음을 다듬고 자리지켜 정진하지 못해 발바닥에 불난 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발바닥 불사는 되지 마세요”
스님의 한마디가 단지 그 한 사람을, 법회 요 시간을 염두해 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교장선생님 말씀을 들을 때, 강연회나 수업시간에 강의를 들을 때, 교회나 절에서 좋은 말씀을 들을 때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가르침을 듣고 지식을 얻고자 모였지만 때로는 그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때로는 어디 다녀왔다는 것에 목적을 두지 어떻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돌아다니는 곳은 많은데 여기저기 돌아다닐 뿐 깊이있는 가르침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고보면 지난주 금요일 저의 하루가 딱 그랬습니다.
저녁에 첫째 아이와 둘째 모임이 겹쳐 시간차를 두고 얼굴도장 찍듯이 다녀왓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급하니 자리에 앉아 있어도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기 어려웠고 여유있는 모습없이 바쁜 엄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날이야말로 발도장만 찍고 돌아다니 꼴이 되었지요.
어디에 가서 무엇을 들을 때 뿐만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가거나 가족과 함께 할 때도 설렁설렁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가 있지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