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게
인생 2막을 바꾼 건 단지 두 줄의 글이었습니다.
인생 2막을 바꾼 건 단지 두 줄의 글이었습니다.
대학 새내기부터 약 10년 대학생 명예기자라는, 프리랜서라는, 객원기자라는, 구성작가라는
이름으로 어설프게나마 어영부영 펜 굴리며 작가 행세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글 좀 써보겠다고 어깨에 힘을 주며 좀 있어 보이려고 폼도 잡고 그랬었죠.
그 후로 10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선생님이 천직인가보다 생각하고 다른 곳은 쳐다보지 않았죠.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고 아이들과 있을 때가 행복했으니까요.
10년!!!. 나름 한 우물을 팠고 나름 만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십년이 지나 슬슬 권태로움이 찾아온 걸까요?
딱 작년 이 맘 때였습니다.
헛으로 보내는 오전 시간에 뭐 할게 없을까 찾던 중,
우연히 문화센타에서 듣게 된 글쓰기 강의.
그 곳에서 제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신 강사님이
“어, 정말 잘 썼어요. 그동안 어찌 참으셨대요. 글쓰고 싶어서..” 그 말에 저는 그저 피식 웃었죠.
내 글이 괜찮았나? 살짝 우쭐하며 나도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 집에서 오래된 일기장이며 낡은 책들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기장 속에 끼워진 메모지 한 장을 발견했고요.
[스무살 내가 쓰는 미래 인생],
[내 나이 40에는 현모양처가 되어 있을 거야.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겠지.]
저는 이런 꿈을 적어놓은 적이 있었나?
피식 웃으며 종이를 다시 접어 일기장 사이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며칠 뒤, 그 글귀가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수시로
‘내 꿈이 뭐였지?,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원했던 미래였을까?’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심은 점점 커졌고, 급기야 지금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나이 마흔을 넘기며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빛바랜 낡은 종이 한 장에 쓰인 막연했던 한 문장이, 그게 뭐라고...
제 인생 2막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1월 새해. 저는 결심했었습니다.
그래, 작가 한 번 해보자.
지금부터 시작하면 50세에는 세상에 그럴싸한 책 한 권 나오겠지?
하루에 책 한 권을 읽고 독서 감상문부터 시작해 보는 거야.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은 완성된 글을 쓰는 거야. 올해는 연습이니까 열심히 습작의 시간을 갖는 거야.
방송국 게시판에 올려놓을까? 잡지사에 독자투고를 할까?...
이런 저런 계획과 실천을 표로 만들어 워드 작업한 후, 프린터로 뽑아 수첩 앞 장에 붙였습니다.
딱 6개월. 이맘때면 중간점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만 보았을 때는 확인표에 동그라미가 많았습니다.
제법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
제 글이 그냥 막연하다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목표없이 그냥 하루 한 장을 채우기만 한 느낌이랄까요?
나중에 작가가 된다면 좀 창피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허리띠 졸라매듯,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지난 6개월이 그저 한 장을 채우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좀 제대로 된 한 장을 채우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2016년 7월 여름. 저는 결심했습니다.
그래 작가 한 번 해보자.
지금부터 시작하면 50세가 되기 전 괜찮은 책 하나는 낼 수 있을거야.
그럴거야.
서영은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