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게
‘인정매솔’ 단상
“이번에 입사한 친구는 좀 어때요?” 야근을 하고자 출근하면서 나와 업무교대를 한 L씨에게 물었다. 그러자 단박 반가운 답변이 돌아왔다. “인사도 깍듯이 잘 하고 친절까지 해서 맘에 들어요.”
나도 안심이 되어 맞장구를 쳤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친절에 더하여 ‘인정매솔’까지 한다면 장기근무가 가능하겠습니다.” 그러자 ‘인정매솔’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하하~ 이건 내가 작위적으로 지은 사자성어입니다, 뜻을 풀이하자면 인사는 정중하게, 그리고 매사는 솔직하게 하자 ... 뭐 이런 의미죠.” 얼마 전 사직한 직원은 인사를 할 줄 몰라 직원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았다.
나이도 한참이나 연하인 친구가 어찌나 도도하고 건방진 지 입사한지 불과 석 달도 못 채우고 중도하차 당한 것이다. 나는 지금의 경비원 직업 이전에도 인사를 잘 하고 또한 먼저 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났다.
그래서 시나브로 ‘괜찮은 사람’으로 각인이 되었는데 덕분에 주변엔 지인들이 상당하다. 한데 인사에도 종류가 있다. 인사의 종류로는 목례와 보통례, 정중례 세 가지가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목례(目禮)는 가까운 동료 또는 하급자, 혹은 하루에 몇 번씩이나 마주치는 낯선 어른이나 상사에게 한다. 방법은 15도 정도 상체를 굽히면서 시선은 발 끝 2~3m 앞쪽을 바라본다. 보통례는 주로 어른이나 상사, 그리고 고객에게 한다.
30도 정도 상체를 숙이면서 시선은 1m 앞 쪽을 바라보면 무난하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하는 이 인사는 누군가를 맞이하거나 배웅할 때, 또는 외출이나 귀가할 때도 자주 사용하면 좋다. 끝으로 정중례는 국빈과 국가의 원수, 또는 집안 어른께 드리는 인사법인데 45도 정도 상체를 숙이면서 시선은 1m 앞쪽을 바라보면 된다.
가장 공손한 인사인 감사나 사죄를 표현할 때, 그리고 공식 석상에서 ‘어르신’과 처음 인사할 때라든가 면접 시 신입사원 지망자가 인사할 때도 이 인사를 사용하면 가점(加點)이 된다.
화가 변하여 복이 된다는 말로 인간의 운명과 길흉화복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뜻의 사자성어에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있다. 유래를 살펴보면 어떤 변방에 점술을 잘 보는 노인이 있었단다. 그런데 하루는 그가 기르던 말이 아무 까닭 없이 오랑캐 지역으로 도망을 가 버렸다.
사람들이 그 사정을 딱하게 여겨 노인을 위로하였더니 "이 일이 어찌 복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몇 달이 지나 노인의 도망갔던 말이 준마 한 필을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그 일을 축하하였더니 이번엔 "이 일이 어찌 화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그 노인 집에는 좋은 말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 아들이 말 타기를 좋아하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그 일을 위로하니 노인이 다시 "이 일이 어찌 복이 되지 않으리요."라 했다. 다시 일 년이 지나 오랑캐가 국경을 크게 침범했다.
젊은이들은 모두 활을 메고 싸움터에 나갔는데, 싸움터에 나갔던 변방의 젊은이들은 죽은 자가 열에 아홉 명이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만은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싸움터에 나가지 않아 부자가 서로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나.
뜬금없이 새옹지마를 소개하는 건 내가 만든 나름의 사자성어 ‘인정매솔’에 대한 의미부여와 아울러 인사를 못 하여 쫓겨난 직원이 앞으론 다른 직장에선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인사를 못 하고 거기에 매사 솔직하지 못 한 자에겐 행운의 새옹지마도 없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