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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제작진에게

“당신은 여전히 예뻐!”

생후 첫돌 무렵부터 어머니 없이 자란 세월이었기에 아내를 처음 본 순간 저는 홀딱 반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빙기옥골(氷肌玉骨)의 잠자리와도 같은 날씬한 몸매와 고운 용모는 남자로 치면 그야말로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압권에 다름 아닌 때문이었지요.

 

“아가씨, 참 곱네요! 근데 애인은 있어요? 나는 없는데......!” 그렇게 추파를 던졌더니 무언의 싫지 않은 미소로써 답하더군요. ‘저도 애인 없어요.’ 그렇게 하여 사귀게 된 대상이 바로 지금의 아내입니다.

 

하루라도 못 보면 미칠 것만 같은 격동과 격정의 나날들이 구름처럼 흘러가던 즈음, 하루는 그녀의 오빠가 찾아왔더군요. “나, 000 오빠요. 댁이 홍경석 씨요?” “그렇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는데 잘 오셨습니다. 근데 무슨 일로?”

 

그러자 그 형님께선 “내 동생으로부터 자네와 연애 중이란 소린 들었네. 하지만......” 저의 당시 직장은 호텔이었고, 또한 제 직책은 뭇 여성들로부터 무시로 ‘러브콜’을 받는 위치였던 지배인이란 ‘벼슬’을 가지고 있었지요.

 

따라서 막연히 생각하기로 그 형님의 입장에선 제가 혹여라도 귀한 자신의 여동생을 ‘망쳐놓고’ 나 몰라라 하면 어떨까 하는, 그런 불안감과 노파심에서 저와 담판을 지으려고 오셨다는 것이었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무책임하고 나쁜 넘이 아니었습니다.

 

“형님, 걱정 마십시오. 저 000이랑 반드시 결혼할 겁니다!” 그러자 비로소 우중충한 장마철 얼굴을 활짝 개인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솔솔 편 형님이셨지요. “형님, 가시죠! 모처럼 오셨으니 어디 가서 코가 삐뚤어지게 한 잔 마시자고요! 제가 거하게 한 턱 내겠습니다. 야~ 미스터 김!”

 

“네, 지배인님~” 평소 신임하는 미스터 김이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나, 우리 형님이랑 술 마시러 가니까 잔무는 네가 책임지고 처리한다. 알았나?” “넵, 염려마시고 안녕히 다녀 오십시오.”

 

그랬던 형님이셨는데 하지만 벌써 부모님(장인, 장모님)보다 먼저 저승으로 떠나는 불효의 참척으로써 못 뵌 지가 어느덧 7년이 다 돼 가네요. 오늘은 그 처남 형님의 기일입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야근이라서 지금도 근무 중이죠.

 

궁금하기에 아까 처가에 전활 했습니다. 거제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처조카, 그러니까 형님의 큰아들이 급히 내려가야 한대서 오늘 제사는 평소보다 이른 오후 9시경에 지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내 동생을 사랑해 준다니 정말 고맙네! 이담에 내가 잘 살면 자네에게도 서운케 안 하겠네!”라던 형님......

 

‘형님, 그곳은 안 추우세요? 저, 올해로 제 아내랑 32년 째 잘 살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선물로 받은 화분도 칭찬을 해 주니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얼추 백 일 이상이나 가더군요. 따라서 저는 오늘도 제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당신은 여전히 예뻐!”라고 말이죠. 아무튼 오늘 형님의 제사에 참석 못 해 죄송합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