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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선의 FM모닝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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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00분

제작진에게

아버지..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가정적이시지 않으셨던 아버지..
가족보다는 친구들 더 좋아하시고 술을 사랑하시던 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이런분이셨어요.
내가 어릴때부터 해외로 일을 자주 나가셨었죠..
대가족으로 살았던 어린시절엔 삼촌..고모들이 많았었어요.
아버지께서 해외에서 오셨는데...내가 삼촌...하고 부렀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버지에 애정이 많이 없었어요.
술을 참 좋아하시고 친구들을 좋아하셨기에 술을 드시고 오시는날엔 잠을 자질 못했어요.
자고 있던 동생과 나를 깨워서 했던말씀..또하고 했던말씀 또하고..우리는 앉아서 꾸벅꾸벅졸았죠.
새벽이 되어서야 아버지께선 잠에 빠지셨고..나는 그때마다 난 커서 술안마시는 남자랑 결혼할꺼라는 생각을
했죠..
다행이 지금 남편 술을 잘 못마십니다..^^넘 다행이죠..
사실 제가 남편보다 술을 더 마시는것 같아요..^^
항상 술을 마시고 집에 오실때면 우리 가족은 긴장상태가 됩니다.
괜한 트집을 잡고 화를 내시고....그러면 엄마..저..동생은 구석에서 벌벌떨고..
아빠가 해외로 가셨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무지하게 했죠..
우리 아빠는 왜 이럴까?라는생각을 수없이 했어요.

지금은 연세를 드시고 세월이 많이 흘렀잖아요..
김해 사시는 아버지께서 한번씩 대전 우리집으로 오실때면 이제는 서로 술도 같이 한잔씩 할수 있을만큼
세월이 흘렀죠..
그러면서 알게 되었어요.
참 외로우셨다는걸..
집에서는 가정적이지 못했지만 밖에선 인정받는 분이셨죠.
사람관계나 일적으로나 참 철두철미하신 분이셨어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바깥일보다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시면서 많이 변하셨구나...라는걸 느꼈죠..
화분을 돌보거나..손자 손녀를 보실때면 너무나 좋아하시고..술도 조금씩 드시고..
며느리를 들이고 사위를 보시면서 ...그리고 손자..손녀들이 하나둘씩 태어나면서 많이 변하셨어요.
근데...참 외로워보이시더라구요..
젊었을때도 마음은 참 외로우셨구나....라는걸 알게 되었죠..
세월이 많이 지났고 나도 나이가 많이 들면서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몸도 많이 안좋아지셔서 한번씩 전화를 드리면 병원갔다왔다는 말씀을 하실때면 마음이 웬지 뭉클해지면서
아프더라구요..
어릴때의 그 마음...어릴때 가졌던 그 미운 마음들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서 이제는 거의 없어진걸 알게 되었죠.
아버지와 요즘같이 말을 많이 해본적도 없었고...어버지의 마음을 이해해본적도 없었던게 참 많이 미안했어요.
지금은 바라는 다른건 없는것 같아요..
건강....건강하시는거...그것밖에 없어요.
아직 일을 할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드리고.
손자.손녀를 이뻐해주심에 감사드리고.
딸인 저를 많이 생각해주심에 감사드려요..

아버지..
그동안 참 무뚝뚝한 딸이었던것 같아요.
생각나진 않지만 아주 어릴때는 애교도 참 많았다고 했는데...
언젠가 우리 애들에게 말씀하시는걸 들었어요..
"너네 엄마가 어릴때 애교가 참 많았는데..이 할아버지때문에 그런것들이 없어진것 같아서 참 많이 미안하다.."
우리애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실때 전 눈물을 흘렸어요.
아버지께서 우리들에게 참 많이 미안해하시는구나....라는 생각에 말이죠..
아버지..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참 많이 죄송한 마음입니다..
모든 불행을 아버지탓으로만 돌렸던 제 마음이 참 많이 죄송합니다..
이제는 건강하게 어머니와 오래오래 사시는거...그것밖에 바라는게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우리곁에 있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버지...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곡..신청할께요...수덕사의 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