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게
불편함과 편리함 사이...
불편함과 편리함 사이...
친구가 오늘 냉장고 하나를 샀다고 합니다.
지난 번 냉장고가 작아서 여름이면 과일, 야채며 음식 넣을 곳이 없다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여름인데 하나 사. 잘했어” 말해주었지요.
처음에는 쓴던 냉장고를 바꾸는가 생각했었죠.
이번에 새로 산 냉장고는 신랑 서재에 따로 둘 과일 냉장고라네요.
신랑이 과일을 너무 좋아하는데 친구가 집을 비울 때는 주방 냉장고에 넣어 둔 과일을 못 찾아
밖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불편하다는 거예요.
남자들이 좀 그래요. “문 열고 왼쪽 아래에 있어” 이렇게 친절하게 얘기해주는데도
문 열고는 “어디? 없는데...” 합니다.
해서 이번 여름을 준비하며 큰 맘 먹고 색깔 예쁜 소형 냉장고를 넣어주기로 했답니다.
그러면 그 친구 집에 냉장고가 네 개가 됩니다.
주방에 놓여진 커다란 냉장고, 베란다에 김치냉장고와 냉동고, 그리고 신랑 서재에 있는 작은 냉장고.
우와~~~. 그 냉장고 안을 채우기도 쉽지 않을텐데...
집은 냉장고 전시장이 되어있을 듯합니다.
다음에 냉장고 구경하러 친구 집에 꼭 가보려고요.
아무튼 친구는 그렇게 여름이 오면 넣어 둘 곳이 부족해 불편했던 터라,
그리고 신랑이 과일을 찾기 편하게 하기위해서 냉장고를 들여 놓았습니다.
이쯤되면 냉장고를 살 이유가 충분할 거지요.
친구는 곧 냉장고가 배달될 것이라며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으로 돌아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집 냉장고. 딱 하나.
김치냉장고도 없이 그냥 흔한 냉장고 하나.
결혼 전에 혼자 자취하며 사용했던 위 아래 투 도어 냉장고를 결혼 후에도 사용했습니다.
시댁에서는 저희 집에 올 때마다 냉장고 하나 들여놓지, 하시지만
저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사용했습니다.
어디든 쌓아두는 성격이 아닌 탓에, 음식은 제 때 해먹어야 맛있지, 하는 생각에
냉장고를 꽉 채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큰 불편없이 사용하던 우리집 흔한 냉장고가 드디어...
삼 년 전부터 냉장 기능이 너무 약해져 그냥 수납함같은 냉장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제야 저는 큰 맘 먹고 새것 하나 구입했죠.
처음에는 이렇게 큰 냉장고에 뭘 넣어두지 했는데 아이들이 크니까 냉장고 채우기가 바빠졌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커보이던 냉장고도 이젠 또다시 흔한 냉장고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끔은 시댁이나 주변 분들에게 음식이나 야채 과일을 많이 얻어 오고 싶어도
냉장고가 작다는 이유로 그냥 올 때는 아쉽기도 했죠.
또 여름이 오내요. 이맘때면 고민을 합니다.
“우린 김치냉장고도 없잖아. 여름에는 수박넣을 자리도 없어. 이번에 우리집도 김치 냉장고 하나 들여놔?” 큰 불편없이 지내지만 요맘때면 냉장고 유혹이 왔다갔다 합니다.
사두면 편하겠지, 생각을 잠시 했어요.
하나 더 있으면 편하겠다.
여름에 커다란 수박도 사서 넣어놓고 시원하게 먹으면 좋잖아.
겨울엔 김장도 많이 해서 넣어 두고. 시댁이나 시골서 야채나 과일도 많이 가져와 넣어둘 수 있고...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죠.
지금까지 냉장고 하나가지고도 잘 지냈는데 별스럽긴.
그동안 크게 불편한 것 없었잖아.
겨울엔 김장김치 넣어두고 그 자리 비우면 여름에는 야채와 과일 담고 그러면 되지.
비어 있는 냉장고 채우려고 이것저것 사다나를꺼야.
편리하지 않지만 불편하지 않으면 됐어.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이번 여름준비도 냉장고는 생략합니다.
불편해서 꼭 사야하는 것. vs. 편리하니까 사보는 것.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꼭 불편하지 않다면 그것으로 된거죠.
좀 편리해지려고 물건을 사두면 그것은 짐이 되고 또 다른 면에서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신청곡 - 피노키오 "사랑과 우정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