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게
아침 추억 만들기, 십분이면 충분하죠.
아침 추억 만들기, 십분이면 충분하죠.
아침에 아이들은 학교에 보내고 청소를 하려고 거실 베란다를 열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고. 하늘도 참 맑았습니다.
그 때 제 핸드폰에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며칠 전 언니에게 물건을 부탁했는데 바빠서 올라오지 못하고 우편물에 물놓고 간다고요.
물건을 가지러 일층에 내려갔다가 현관 벤치에 앉아있는 엄마와 딸을 보았습니다.
내 또래의 엄마가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가 봅니다.
아이 유치원 가방은 엄마 무릎에 올려져있고, 그 노랑 가방 위에는 동화책 한 권이 올려져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직 세수도 안 한 듯 간신히 옷만 갈아입고 나온 모양입니다.
아침식사를 걸렀는지 아이 손에는 모닝빵이 들려 있었습니다.
빵 한 입을 베어 물고는 양 발을 마주대고 발박수를 칩니다.
엄마는 아이의 팔과 다리를 쓰다듬으며 동화책을 조용히 읽어줍니다.
아이 공부에 극성스러운 엄마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버스를 기다리며 가방 안에 있던 책을 읽어주는가 했지요.
아이는 엄마에게 기대어 함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제가 졸린 애를 앉혀놓고 뭐하나 싶은 눈으로 본 것을 눈치 챈 걸까요.
물론 절대 그런 눈빛은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얘기합니다.
“유치원에서 책 한권씩 읽어오라고 했대요.
제가 늦게 퇴근해서 저녁에는 책을 못 읽어주거든요.
얘가 선생님이 낸 숙제라고 꼭 읽어가야 한다고 해서요.“
본인도 아침부터 유치원생에게 책 읽어 주는 게 멀쓱 했던지 그렇게 말하고는 웃더라구요.
저는 참 보기 좋았는데...
그러고보니 저도 제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아침 등원 전에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아이가 아기였을 때부터 습관처럼 하던 건데요.
아침에 유치원에 가려고 신발을 신으면 현관 앞에 잠시 앉힙니다.
그리고 아이를 들어 무릎에 앉히고 책 한권을 읽어주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먹고 치우고 애 재우다보면 시간이 왜이리도 빨리 지나는지 책읽어주기를 깜빡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냥 어릴 때는 책을 많이 읽어 주는 게 좋다고 하니까, 그런데 시간은 없으니.
이렇게라도 아이에게 정성을 보이자, 그런 거였겠죠.
그러다가 이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는 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우리 엄마가 아침에 나에게 책을 읽어주었지,
요거 하나 정도는 기억해 주라고.
그냥 아침 추억거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했던 거죠.
그래서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오늘 아침은 지나갔고.
아침 등굣길에 책을 읽어주려고 합니다.
아이가 커서 무릎에 앉힐 수는 없으니, 식탁에서 짧고 좋은 글을 읽어주어야겠어요.
그러려면 내일부터는 십분 일찍 일어나야겠네요.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데...
하루 10분이면 충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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