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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즐거운 오후2시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제작진에게

끝곡을 부탁해-노부부의 외출

노부부의 외출

추워도 추워도 오늘처럼 추운 날은 없었습니다.
밖에 잠깐 나갔다가 동장군될까, 발을 동동 거리며 집을 향해 계단을 오를 때였습니다.

제 뒤에서 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렸어요.
“거기, 거기, 응... 그래, 여기, 거기 말고, 여기.”
투박하지만 걱정스런 목소리로 뭔가를 가리키는 듯 했습니다.
뒤 돌아보니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였어요.

젊어서 멋쟁이셨을 두 분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빨강 점퍼를 똑같이 입으시고,
목도리로 얼굴 전체를 감싼 채 눈 부분만 드러내셨습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추운지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밖에 나와 있기는 사실 힘들었죠.

날씨도 춥고 어제 오늘 내린 눈 때문에 바닥이 살짝 미끄러웠기에,
노부부는 손에 힘을 주어 천천히 걷고 계셨어요.

슈퍼에 다녀온 듯 할아버지 손목에는 검정 비닐이 들려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꽉 잡고 계셨고,
비닐봉지가 들려있던 다른 한 손으로는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할머니가 바닥에 넘어질까, 미끄럽지 않은 길을 가리켜주며 함께 걷는 겁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혹시 헛발을 내딛을까 할아버지는 여기, 저기라고 얘기해주셨던 거죠.

현관에서 경비아저씨가 인사를 합니다. “추운데 왜 나오셨어요?”
“마누라가 귤이 먹고 싶다고. 내 얼른 사온다니까... 자기가 골라야 맛있다고... 귀찮게 따라오네...”
그러자 할머니도 한마디 거듭니다. “혼자가면 심심하다고 한사람이 누군데~?”
한분은 투박하게, 또 한분은 새색시마냥 잉잉대는 모습이~

아...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냥 작은 일상 속에서, 같이 있어주고, 같이 손 잡아주고, 같이 걱정해주고...

그 전에 저도 오늘 신랑에게 전화해야겠습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길 미끄러운데 운전 조심해...” 라고요.


추천곡 - 푸른하늘 “사랑, 그대로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