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게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운 아버지께
군인이셨던 아버지께서 “너 물 떠와”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밥상머리에서 명령을 하시면 우리 자매들은 너나없이 입에 든 밥숟가락 동댕이치듯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숭늉을 대령하곤 했지요. 그럼에도 우리 4자매는 아버지께 참 많이도 매를 맞았지요.
지금도 언니들은 당신의 기일에 모이면 어린 시절 아버지 때문에 상처 받았던 이야기들을 풀어 놓지요. 그때는 당신이 그저 야속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쌓여 당신의 부드럽고 여린 속이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속이 훤히 보입니다.
제가 결혼하고 큰아이를 낳은 후 아버지를 뵈러 간적이 있었지요. 부지런했던 아버지는 정원의 풀들을 손질하다가 우리 가족을 보시곤 얼굴에 보일 듯 말듯 옅은 미소로 “왔냐” 한마디 던지시고 다시 풀 깎는 일에 몰입하셨지요.
정원의 잔디는 당신의 손길에 의해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었지만 정원 한 켵을 자리한 무성한 토끼풀은 그대로 두셨던 것 기억나세요?
“토끼풀은 왜 뽑아내지 않았어요?”라는 나의 질문에 “그냥 뒀어”라고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답하시던 모습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룬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거실 소파에 놓인 낡아 빠진 아버지의 지갑 안에는 주민등록증과 함께 곱게 눌려진 네잎 클로버들... 그 순간 우리들은 왈칵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지요.
정원 한 켵에 그대로 두신 토끼풀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아내어 지갑에 고이 간직했던 아버지. 당신이 갖고 계셨던 네잎 클로버는 지금 제가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은 네잎 클로버를 찾으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엄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여리디 여린 우리아버지. 살아생전 “사랑한다”고 한번만이라도 말씀드릴 걸 후회가 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유영숙 (010-4413-2589)